[아는 기자]숨진 40대 ‘빌라왕’…세입자 보증금은?

2022-12-12 384



[앵커]
아는 기자, 아자 사회부 강은아 기자 나왔습니다.

Q1. 빌라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1100세대 넘는 세입자들이 난감한 상황이 됐는데요. 지난 10월에 사망했다고요?

A1. 그렇습니다.

'빌라왕'이라고 불리던 김모 씨, 수도권을 중심으로 1천 백여 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여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던 40대 남성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모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중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타살이나 자살이 아닌 '병사', 즉 지병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당시 김 씨는 피해자들로부터 고소당한 상태였고,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사건이 넘어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조사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했는데요.

결국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Q2. 빌라왕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건가요?

A2. 김 씨는 자본금 없이 주택을 매입하는 일명 '무자본 갭투자'를 했습니다.

임대인이 분양업자 등과 함께 매매가와 전세보증금 차이가 거의 없는 미분양 빌라를 사들인 뒤 수익을 나눠먹는 방식이죠.

이때 동원되는 돈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기 때문에 별로 돈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사들인 주택이 올해 6월 기준으로 1139채에 이릅니다.

전형적인 전세사기 수법인데, 김 씨가 이렇게 사들이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 10월부터였습니다. 

45개월에 걸쳐 1천 백 채 넘게 매입한 건데, 한 달에 25채씩을 사들인 셈입니다.

주말 빼고 거의 매일 집을 샀다는 거죠.

Q3. 그런데 사망 이전부터 피해자들이 수백 명에 달했다고요?

A3. 그렇습니다.

피해자들이 온라인에서 모이기 시작한 건 지난 4월부터입니다.

피해자 모임에 가입한 사람은 450여 명인데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피해자 한 분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배소현 /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
"신혼부부 주택 매매로 조금 저렴한 금리로 해서 이사를 갈 계획이었는데, 지금 이사 못 가고 이 집 연장해서 대출금리가 6.몇 프로 나오거든요. 한 달에 백만 원씩 이자만 내야 하는 상황이고…"

Q4. 그러면 빌라왕이 사망한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누구에게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A4. 피해자 절반 정도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먼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보장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의 상품인데요.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려면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이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는 절차가 진행되는데 집주인이 사망하면서 계약 해지 통보 자체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임대인 사망'이라는 예외 상황에서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거죠.

4촌 이내 친족이 상속을 받으면 그 상속자에게 '집주인' 대신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는데, 김 씨의 유일한 혈육은 부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김 씨가 62억 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아 체납 상태이고요.

게다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빌라 가격이 급락했죠. 

집을 다 팔아도 전세보증금 반환은커녕 빚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다보니 상속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경매나 공매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보증금보다 우선하는 세금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전부 돌려받기 힘든 상황입니다.

Q5. 경찰은 당사자가 사망했지만 관련 수사는 계속 하고 있다고요?

A5. 네.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김 씨 외의 공범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씨가 단순히 '명의 대여자'이고, 또다른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아직까지 그런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김 씨로부터 함께 수익을 나눠가진 분양대행업자 등 일부 공범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Q.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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